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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KBS이사장, '올해 광복 70년 아니다' 논란 확산

뉴라이트의 끈질긴 '1948년 건국절 제정' 이유는?

고은영 | 기사입력 2015/08/17 [01:04]

이인호 KBS이사장, '올해 광복 70년 아니다' 논란 확산

뉴라이트의 끈질긴 '1948년 건국절 제정' 이유는?

고은영 | 입력 : 2015/08/17 [01:04]

<사진/이인호 KBS이사장>

광복 70주년을 맞아 사회 각계.각층에서 광복에 대한 의미를 새로이 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광복이 1945년이 아니라 1948년이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중앙일보 37면에는 ‘광복절은 대한민국을 기념하는 날이다’라는 이인호 KBS이사장의 시론이 실렸다.

이 이사장은 시론에서 “…언제부터인가 ‘광복절’의 기년을 1948년 대신 1945년에 맞춤으로써 광복이라는 말이 가지는 참 뜻이 상실되고 역사적 기억에 혼란이 빚어지고”면서 "70년 전 8월 15일은 36년간의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우리가 해방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해방은 우리가 그날까지 고대했던 광복, 곧 독립의 회복이 아니었고 미군과 소련군에 의한 남북한 분할 주둔이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이 아니고 광복절의 기점은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 이사장의 인식은 광복절을 이승만 정부가 대한민국을 수립한 날인 1948년 8월 15일 건국절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는 ‘뉴라이트’의 인식과 동일하다.

이 이사장이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한국 근현대사'와 뉴라이트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을 역임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러므로 충격적이지를 않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07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공동준비위원장을 역임할 당시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가로 끝나야 할 분"이라며 "살아 생전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사람을 어떻게 대한민국과 결부시킬 수 있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해 독립유공자 단체 등의 반발을 사기도 했었다.

더욱이 이 이사장은 지난 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역사관을 둘러싼 야당 의원들의 맹폭에 해명하기도 했는데, "제 말을 잘못 연결한, 정확하지 않은 인터넷 보도가 많았고 언론인, 지식인, 정치인 중 대한민국 기원에 대한 생각이 저와 다른 분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며 "상해 임시 정부는 임시 정부로도 평가받지 못했고, 우리가 독립국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이후"라고 말해 야당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런 이 이사장이 다시 한 번 광복절을 인정하지 않고 건국절을 입에 올리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성공회대 교양학부 한홍구 교수는 여러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이유가 뉴라이트들의 역사적,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교수는 "우리 민족 대다수에게 건국과 광복은 대립하는 개념일 수가 없지만, 몇몇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생물학적 또는 정치적 후예들에게는 해방이나 광복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친일파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친일파와 그 후예들로 꾸려진 뉴라이트가 자신들의 친일경력을 정당화하고 합리화시키기 위해 건국절의 제정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도 언론 등을 통해 “광복절을 1945년 8월 15일로 볼 경우 친일과 독립운동가라는 구도가 생기지만 1948년 8월 15일로 바꾸면 (독립운동과 친일은 사라지고)좌익과 우익이라는 구도로 바뀌게 된다. 친일파에 뿌리를 둔 보수 세력들이 1948년으로 광복절을 바꾸자고 하는 이유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방 국장은 “최근 영화 <암살>이 큰 흥행 몰이를 하고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김원봉 등 잊혀진 독립 운동가들이 다시 재조명 받는 상황이 보수적 사관을 가진 이인호 이사장에겐 불편했을 수도 있다. 그런 차원의 주장 아니겠느냐”고 평가절하했다.

실상 이 이사장의 가계를 올라가 보면 두 사람의 진단은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 이사장의 조부인 이명세는 조선시대 성균관에서 유학을 가르치다 일제강점기엔 친일 행각, 해방 후에는 독립 운동가들을 쫓는데 앞장섰다.

친일인명사전 704인 명단에 기재된 이명세는 조선유도연합회 상임이사(조선유림들을 모아 만든 친일단체),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경학원(=성균관을 일왕의 하사금으로 바꾼 친일교육기관) 사성을 역임했고, ​1939년 조선총독부로부터 요직을 물려받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제를 찬양하고 1941년, 조선임전보국단 소속으로 조선의 젊은이들은 일왕을 위해 태평양전쟁에 나가 싸우다 죽으라고 선동까지 했던 반민족적 친일 인사였다.

이명세의 친일 행각은 "집안에선 아들 난 것을 중한 일임을 더욱 알고 나라(일제)위해 죽는 것은 가벼이 여겨야 하리...."라든가 "만세일계의 천황을 받드는 빛나는 역사를.....세계 인류를 위해 최고 문화 건설을 사명으로 하는 우리 일본은 대동아전쟁을 계기로 동아 신질서 건설을 실현하고자 또 하나의 걸음을......."이라는 등 일제를 위한 강연과 발언을 했던 것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명세는 해방 후, 일제 고문으로 앉은뱅이가 됐으나 성균관과 정통 유도회를 바로 세우는 운동을 하다가 이승만의 독재정권을 비판한다는 죄로 친일파들에 의해 쫓겨나 노년에 홀로 여기 저기 월세방을 떠돌아 다니며 마지막까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독립운동가 김창숙을 몰아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사진/뉴스타파 캡쳐>

이런 이명세의 친 손녀가 바로 이인호 KBS 이사장인 것이다. 따라서 이 이사장이 줄기차게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고 '건국절' 제정을 부르짖는 것은 조부의 친일행적을 영구히 삭제하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더구나 이런 주장은 뉴라이트와 부합하는 것이다. 이 이사장과 뉴라이트의 주장은 조국 독립에 앞장섰던 독립 운동가들이 조명받는 광복절이 불편하기에 8월 15일을 광복절대신 건국절로 바꿔야만 눈총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8년,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13명의 같은 당 의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2014년, 새누리당 나경원, 윤상현, 심재철 의원 등 62명의 소속 의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입법안에 서명했던 것은 바로 뉴라이트가 줄기차게 모사(?)해 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들 의원들은 건국절 제정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영토와 주권을 갖춘 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어이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45년부터 48년까지의 시간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의 비약한 역사 인식과 비논리적인 근거로 만약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로 제정된다면 일본의 독도 야욕을 정당화하는 합법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문제점과 대한민국이 38선 이남지역만으로 이루어진 국가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일본과 치열한 역사전쟁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결정적 하자를 줄 수 있고, 대한민국헌법에 명시된 영토조항을 부정하는 오류에 빠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이사장과 뉴라이트 혹은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건국절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반민족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이사장의 주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온 국민이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축제를 즐기고 있는 와중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행위에 다름아니고 그것이 신념이든 무엇이든 간에 국민들에게 타당하지도, 공감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광복 70주년의 모습이다. 

<고은영/koey5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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