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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 [8월 29일] 1952년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초연:엔티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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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 [8월 29일] 1952년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초연

김종현 | 기사입력 2010/08/29 [06:45]

<오늘의 역사> [8월 29일] 1952년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초연

김종현 | 입력 : 2010/08/29 [06:45]

2008년에 MBC가 방송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신임 시장이 강마에에게 취임 축하 공연을 강요하자 강마에께서 제대로 어퍼컷을 날리는 장면이 있다. 모든 연주자들은 조용히 악보만 바라보고 있고, 전임자가 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미워하는 신임 시장은 "저게 뭐야"라는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장면이다. 여기에 사용된 곡이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다. 1952년 8월 29일, 처음으로 뉴욕 주 우드스탁에서 데이빗 튜더(David Tudor)가 초연했다. 데이빗 튜더는 피아노 건반 뚜껑을 열었다가 몇 분 후 닫기를 2번 반복한 것으로 연주(?)를 마쳤다.

《4분 33초》는 악보가 없이 I. TACET, II. TACET, III. TACET라고 쓰여 있고, 각 파트는 33초, 2분 40초, 1분 20초씩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Tacet는 "조용히"라는 뜻이다. 그리고 드라마에서처럼 연주자들은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고 악보만 응시한다. 청중은 고요와 침묵 속에서 주변에 나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존 케이지는 《4분 33초》를 작곡하기 전에도 다른 작품들에서 "침묵"을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1934년에 작곡한 The Duet for Two Flutes, Sonatas and Interludes(1946년 ~ 1948년 사이 작곡), Music of Chage(1951년 작곡)같은 작품들에서 "침묵"이란 요소를 중요하게 사용했었다. 《4분 33초》가 그냥 불쑥 나온 작품은 아니었다. "완전한 침묵의 연주"라는 아이디어는 1947년 또는 1948년에 바사 칼리지(Vassar College)에서 작곡을 가르치던 중에 처음 구상했다. 1951년에 하버드 대학교 방향실(anechoic chamber)을 방문했다. 방향실은 벽과 천장을 음향 흡수제로 뒤덮어서 모든 소리를 흡수하도록 되어 있는 방이다. 그런데 이 방에서 케이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 방에서 존 케이지는 절대 무음이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존 케이지는 1961년에 8월에 “내가 죽을 때까지도 소리는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죽은 후에도 그것을 계속 있을 것이다. 음악의 미래에 대해서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라고 썼다. 자연에서 나는 소리도 음악일 수 있으며, 아무리 고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로는 소리가 난다는 발견인 셈이다. 이 작품은 아직도 음악의 정의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사람에게는 안들려도 개에게는 들리는 소리가 있다. 사람은 들을 수 없는 고주파 대역의 소리를 개는 들을 수 있다. 그런 걸 보면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어쩌면 콜럼버스의 달걀인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듣는 것만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고 착각하는 오만한 인간에게 "너 그거 아니거든?"이라고 얘기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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