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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의혹 사건 강기훈 씨,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받아

24년만에 무죄 확정받은 강기훈 씨는 현재 간암으로 투병중

고은영 | 기사입력 2015/05/14 [15:26]

유서대필 의혹 사건 강기훈 씨,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받아

24년만에 무죄 확정받은 강기훈 씨는 현재 간암으로 투병중

고은영 | 입력 : 2015/05/14 [15:26]

지난 1991년 이른바 한국판 '드뤠프스'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유서대필 의혹 사건으로 3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51) 씨가 24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14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상고심에서 강 씨에 대한 자살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2월,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유서의 필적과 강기훈 씨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1991년 국과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지 1년여만에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지난 1991년 5월, 서강대 건물 옥상에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당시 25세) 씨가 분신 자살하면서 시작된 유서대필 의혹 사건은 검찰이 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기훈 씨를 배후로 지목하고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법원은 강 씨의 필체와 김 씨 유서의 필체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 결과를 토대로 강 씨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했고, 강 씨는 19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김기설 씨가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했으며 강 씨는 이듬해 5월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10년 10월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강 씨의 무죄 확정판결과 관련해 강선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가폭력과 사건 조작에 의한 개인의 희생은 이것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외롭고 힘들게 긴 세월을 지나온 강기훈 씨의 쾌유를 빈다."며 강 씨를 위로했다.

정의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이 사건을 만들어 내도록 주도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강씨 앞에 나와서 무릎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야말로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대표적인 공안조작 사건"이라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지금 정부는 과거 독재정권의 추악한 기억에 젖은 인사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수시로 국민을 억압하려드는 태도를 보면 언제고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야권이 일제히 논평을 통해 과거사를 재조명하는데 반해 여당인 새누리당은 아직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강 씨의 유서대필 의혹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최종 확정되자 당시 법무부장관으로 이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관련 수사 책임자들의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공안정국의 핵심에 섰던 김 전 실장은 15~17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박근혜 정부에선 1년 6개월동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임했다. 
유서대필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강신욱 당시 부장검사는 지난 2000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경선캠프에서 법률지원특보단장을 역임했다.

주임검사였던 신상규 변호사를 비롯, 강력부 소속 검사들이었던 남기춘 변호사, 곽상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도 역시 요직을 두루 거쳤고, 재판을 맡아 강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당시의 법관들도 역시 법원의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승승장구했다.

반면, 강 씨는 간암 선고를 받고 현재 투병중으로 무죄 확정 판결이나는 이날에도 대법원에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영겁의 24년을 보내야만 했다.

<고은영 기자/koey5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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