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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 [3월 31일] 1999년, 영화 매트릭스 미국에서 개봉.

김종현 | 기사입력 2010/03/31 [09:55]

<오늘의 역사> [3월 31일] 1999년, 영화 매트릭스 미국에서 개봉.

김종현 | 입력 : 2010/03/31 [09:55]

1999년 3월 31일, 워쇼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가 미국에서 개봉했다. 한국에는 그해 5월 15일 개봉했다.

워 쇼스키 형제(Wachowski brothers)가 감독한 《매트릭스》(The Matrix)는 속편인 《매트릭 스 - 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 《매 트릭스 - 리볼루션》(The Matrix Revolutions)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서 얼핏 보기에는 SF 액션영화다. 첫 편인 《매트릭스》는 미국에서만도 1억 7천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렸고, 전 세계에서는 4억 6천 3백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매트릭스 - 리로디드》는 《매트릭스》의 거의 2배의 수익을 올렸고, 《매트릭스 - 리볼루션》은 《매트릭스》와 비슷한 수익을 올렸다.

매트릭스는 첫 편부터 수많은 화제를 뿌렸는데, 총알을 피하는 장면, 트리니티의 공중 부양 장면 등은 여러 곳에서 패러디하기도 했다. 어떤 외국인은 네오 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을 레고로 재현하기도 했다. 아래 동영상처럼 말이다. 이 레고판 매트릭스는 시리즈로 만들어져 여러 장면을 재현했다.

그런데, SF 액션 영화로서 재미나 특수 효과에만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 중에는 《매트릭스》에 담겨 있는 종교나 철학 메시지에 주목하 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처럼 말이다. 사실 워쇼스키 형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광팬이라는 사실 은 잘 알려져 있는 얘기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도입부 장면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의 오마쥬일뿐만 아니라 흘러내리는 문자도 가타가나를 좌우를 거꾸로 쓴 것이었다. 실패작이 된 《스피드 레이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워쇼스키식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에반게리온때와 달리 매트릭스에는 철학자와 영화팬들이 모두 열광한 유일한 영화로 인정받았다.[각주:1] 슬 라보예 지젝[각주:2]같은 철학 교수부터 스님까지 《매트릭스》를 보고 영감을 받은 철학 고민에 대해 책이나 글을 썼다. 슬라보예 지젝이 《매트릭스》를 보 고 쓴 글은Inside the Matrix: International Symposium at the Center for Art and Media, Karlsruhe (1999년 10월 28일)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지젝 외에도 《매트릭스》를 현대 구조주의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하며, 매트릭스의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네오", "모피어스", "시온")에 착안한 기독교 관점에서 해석, 그리고 불교 철학 관점에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해석들이 과연 얼마나 워쇼스키 형제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을까?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의 각본을 쓰기 전에 온갖 분야의 책들을 모두 섭렵했고, 그 책에서 취한 지식들을 《매트릭스》에 쏟아부은 것은 틀림없지만, 그 지식이 워쇼스키 형제의 자산이 되어 그들의 철학을 반영한 것인지 말이 다.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감독의 의도를 놓고 오랜동안 해석과 논란이 분분했는데, 워쇼스키 형제도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따라 단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액션 영화 제작과 마케팅에 활용할 의도 그 이상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매트릭스》 이후 심오한 세계관이 담긴 영화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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